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999년-

중학교 3학년인 슐츠는, 친구들에 이끌려 근처의 여자고등학교 축제에 놀러가게됩니다.

슐 츠 : 여긴 다 고등학생들이잖아. 우리 보다 나이도 많다고. 왜 이런데를 가자는거야?
경 호(친구 1) : 후훗. 이런 곳에서야 말로 성숙한 여성들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법이라고.
지 환(친구 2) : 뭐, 내 취향은 이 쪽보단 초등학교 운동회 쪽이긴 하지만, 이런 곳의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지.

순진한 슐츠는 사악한 친구들의 취향을 따라 애니메이션 동호회의 부스로 끌려갑니다.

슐 츠 : (부스를 설명하는 하얀 연구실 가운을 입은 안경 쓴 여고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여고생 : 이 애니메이션은 어쩌고 저쩌고......(설명하면서 슐츠를 빤히 쳐다본다)

-2007년-

초콜릿 아가씨와 함께 밥을 먹던 슐츠.

슐 츠 : 너 고등학교 때 무슨 동아리였다고 그랬지? 축제 때 체리 코스프레 했었다며?
아가씨 : 애니메이션 동아리.
슐 츠 : 음, 혹시 알지 모르겠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효성여고 축제에 놀러갔었거든. 그런데 그 때 하얀 가운 입은 여고생있었는데. 혹시 너도 아는 사람이야?
아가씨 : 너 중3때면, 나 고2때? 그거 아마 나 같은데.
슐 츠 : 응? 넌 카트캡터 체리 코스프레했었다면서?
아가씨 : 그건 고3때 잠깐 했던거고, 고 2때는......

-1999년-
슐 츠 : 저기요. 실례지만, 혹시 과학부세요? 그 가운은 과학부 같은데......
여고생 : 이거 코스프레에요.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그......

-2007년-
아가씨 : 리츠코. 그 여자 코스프레 했었어.
슐 츠 : .......그게, 너였구나. 신기하네.
아가씨 : 그런데 왜?
슐 츠 : 그 때 내가 그 여고생한테 반했었거든. 코스프레를 했으니, 1학년일거란 생각에 그 다음 해에도 또 찾아갔었고 말이야. 혹시 넌 나 기억안나? 그 떄 너도 날 빤히 바라보고있었는데.
아가씨 : 음......기억 안나.
슐 츠 : 정말? 나 그 때 교복 대신에 까만색 정장 입고 다녔었는데......아마, 그 날도 그렇게 정장입고 갔었을거야.
아가씨 : 그래도 기억 안나는데.
슐 츠 : 잠깐만, 그 때 또 무슨일이 있었더라......

-1999년-
열심히 설명을하는 여고생과 열심히 듣는 슐츠의 옆으로 쿠키를 파는 여고생이 지나간다.

쿠키 파는 여고생 : 쿠키 사실래요? 저희가 직접 만든거에요.
슐 츠 : 한 봉지에 얼마에요?
쿠키 파는 여고생 : 1500원이요.

여고생에게 돈을 주고 쿠키를 사는 슐츠. 얇은 봉지안에 쿠키가 두 개 들은 것을 보고는, 하나를 꺼내어 설명하는 여고생에게 준다.

슐 츠 : 하나 드세요.
여고생 : 아......감사합니다.

-2007년-
슐 츠 : 아, 그 때 내가 쿠키도 줬었는데!
아가씨 : 음......쿠키 얻어먹은 것은 기억난다. 그런데 그 때 그게 너였었나? 하여간 그 때만해도 내가 인기가 좋았지. 축제 중에 남자애들이 막 전화번호도 달라고하고 그랬었거든. 그래서 삐삐 번호도 알려주고 연락도 하고 그랬었어.
슐 츠 : 그 때 나도 연락처 달라고 할걸 그랬나.
아가씨 : 아마 그랬으면, 내가 뻥 차버렸을걸. 그 때 연락하다가 다 차버렸으니까.
슐 츠 : 뭐, 어쨋거나. 그 때 연락처 안달라고 했던게 다행인 셈이네.

-1999년-
애니메이션 동호회 부스를 구경하고 다른 부스로 가는 슐츠와 친구들.

경 호 : 아까, 너 그 설명하는 여자애 계속 쳐다보더라? 반한거야?
슐 츠 : 응. 반했어.
지 환 : 아, 그 쿠키 여고생? 맞다. 그 여자애도 너 계속 쳐다보던데? 전화 번호라도 받지 그랬어?
슐 츠 : 흐음......도저히 용기가 안나던데.
지 환 : 바보냐? 쯧.
슐 츠 : 내년이나, 나중에 또 보게되면 그 때는 꼭 용기내서 물어봐야지.
경 호 : 하긴, 코스프레하는 걸 보면 1학년일거야. 그럼 내년에도 또 있겠지.
슐 츠 : 그렇겠지. 어쨌든, 이젠 너희들이 이해가 가는구나. 나도 내 노선을 정했어.
지 환 : 역시. 너도 드디어 우리들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이냐? 내가 누누히 이야기하지만, 하루 500원이면 장래가 촉망되는 초등학생을 꼬실 수 있단다.
슐 츠 : 노~. 그건 범죄야. 난 안경으로 갈란다. 안경으로 가자~!

오늘 아가씨와 이야기하다가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반했던 여고생이 바로 초콜릿 아가씨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답니다.
뭐, 위의 이야기는 좀 미화가 많이 되있기는 하지만 말이에요. 그런데 이야기가 다 정리되었을 즈음, 아가씨가 한마디 말을 더 던지더군요. '그런데, 내가 리츠코 코스프레를 했던게 고1때인지, 고2때인지가 기억이 잘안나네.'
뭐 어때요. 전 제가 믿고 싶은 것을 믿을랍니다. 초콜릿 아가씨와 전, '인연'이라고 말이에요. 그리고 그 인연이란 실로 인해 지금도 이어진 것이라고 말이에요.

by Schultz | 2007/01/17 20:39 | 초콜릿 아가씨 | 트랙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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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幻影閣_메멘토모리 at 2007/02/16 23:17

제목 : 초콜릿 아가씨 이야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오늘 우연히 벨리를 보다가 마음이 너무 훈훈해 졌습니다 초콜릿 아가씨와의 사랑 너무 예쁘고 행복해 보여서 사랑에 대해 말하려합니다. 사실 사랑이란거 내게는 정말 생소한 겁니다 20여년을 살면서 이태껏 사람을 보면서 뒤에 광채가 나는 것처럼 보인다거나 반한다거나 사랑한다거나 이런거 아직 경험해보질 못했습니다. 제가 약간의 애정결핍과 건조한 삶을 살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전 가만히 있는데 세상이 절 ......more

Commented by ciel at 2007/01/17 20:54
오오- 정말 굉장한 인연이네요!
영화 <접속>의 '만나게 되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유 리 at 2007/01/24 14:01
안경으로 가자(...).
역시 두 분, 인연은 인연인가봐요. ^^
Commented by 유 리 at 2007/01/24 14:01
그래서 친구 분은 하루 5백원으로 장래가 촉망되는 초등학생을 꼬셨나요? (...)
Commented by Wrst2 at 2007/01/25 18:12
와아. 굉장한 인연 이에요!

포스팅을 하다 추천글을 보니까
http://hitchhiker.egloos.com/598536
↑ 이 글이 뜨더라구요~
그래서 봤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초콜릿아가씨 카테고리 글을 처음부터 여기까지 다 읽었지요~
헤에~ 계속 사랑 하고 계시는거죠?^^
이쁜 사랑 하세요~
Commented by Schultz at 2007/01/28 03:54
ciel// 인연이기는 한가봐요. 중 3때 쓴 일기장에 보니, 그날 아가씨를 봤던 이야기가 있던데, 그 때도 꽤 심하게 빠졌었었나봐요. (전형적인 짝사랑 증상이었음)
유리// 아.....시도는 하는 것 같았는데, 결국 실패하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학교 주변 아파트 단지에 괴소문이 돌기도 했었는데 (아파트 놀이터의 유괴범에 대한) 그 소문과 친구가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Wrst2// 예~! 여전히 사랑하고 있답니다!
Commented by ★花夜★ at 2007/02/16 22:07
아까 제목보고 온사람인데 초콜릿 아가씨가 뭘까 하고 대충 훑어 봤습니다///역시 당신은 훈훈한 사람이시네요 ㅎㅎ 너무 예쁜것 같아서 부러워 죽겠습니다
Commented by Schultz at 2007/02/17 12:20
★花夜★//감사합니다. ★花夜★님도 예쁜 사랑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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